중동 왕족도 진료 받는다…'UAE 성공신화' 쓴 힘찬병원

입력 2023-09-27 16:43   수정 2023-10-05 16:24


지난 23일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대학병원 2층의 힘찬관절·척추센터. 이슬람 국가 공식 휴일인 토요일 오전인데도 검은 히잡을 쓴 여성들이 치료를 위해 진료 공간 한쪽에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센터는 7만 번째 물리치료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한국에서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과 박혜영 상원의료재단 이사장이 방문했다는 소식에 샤르자대학병원 이사회 의장인 압델아지즈 사이드 알 메헤리가 깜짝 방문했다. 1층에서 직접 이 원장과 박 이사장을 환대한 압델아지즈 의장은 “곧 병원 별관을 증축할 계획인데 이곳에 힘찬센터 시설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지역에 제2, 제3 힘찬센터를 함께 열자”고도 제안했다. 2018년 11월 문을 연 힘찬관절·척추센터가 샤르자대학병원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의미였다.
○힘찬병원, UAE에서 성공 모델 만들어
2014년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국내 병원의 UAE 진출이 잇따랐지만 성과를 낸 곳은 드물었다. A대학병원은 현지 파트너와의 마찰 등으로 병원 문도 열지 못하고 진출 계획을 접어야 했다. B병원은 세 차례 현지 파트너가 바뀌면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중동 진출에 ‘잔혹사’라는 표현이 따라붙은 배경이다.

힘찬센터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개원 6개월 만에 흑자 전환한 데 이어 UAE 각지에서 병원을 개설해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18년 병상 가동률이 50%에 불과했던 샤르자대학병원은 가동률 90%의 인기 병원으로 성장했다. 샤르자대학병원 1층에 10평(33㎡) 남짓한 진료실 두 개만 열고 시작한 센터는 2층 200여 평(약 660㎡) 규모 시설로 확장 이전했다. 지난달 기준 누적 환자는 5만8185명, 수술은 1771건을 넘었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도 4명에서 35명으로 여덟 배 넘게 증가했다. 이 중 17명은 샤르자대학병원에서 힘찬관절·척추센터 운영을 위해 파견한 현지 전담 인력이다.
○‘친한파’ 파트너와 시너지
이들의 안착 배경엔 전 샤르자대학병원 최고경영자(CEO)인 알리오 바이드 알 알리가 있었다. UAE에서 의료 대부로 불리는 그는 아부다비 보건부 차관을 지내면서 한국 병원들과 인연을 맺었다. 첫 UAE 환자의 한국 송출을 지휘한 것도 그였다. 이후 그는 매년 서울대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을 정도로 ‘친한파’가 됐다. UAE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인도, 파키스탄 출신 사람들과 달리 ‘한국인은 믿을 수 있다’는 게 그의 평가였다.

샤르자대학병원 내 힘찬센터 개설을 결정한 것도 그였다. 알리오는 지난해 9월 CEO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센터 안착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했다. 한국인 직원들에게 아랍 이름을 지어주고, 주말이면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등 공을 들였다.

힘찬병원은 실력 있는 의료진을 파견해 화답했다. 부평힘찬병원에서 관절 내시경 수술을 이끌던 박승준 센터장을 현지에 파견했다. 2020년 동종연골판이식술, 2021년 인공족관절치환술 등을 힘찬센터에서 시행했는데 모두 UAE에서 한 이 분야 첫 수술이었다.
○물리치료 받으려 두 달 대기
입소문이 나자 현지 의사들은 앞다퉈 난도 높은 환자를 이곳으로 보내고 있다. 물리치료를 받으려면 두 달씩 대기해야 할 정도다. 진료 대기가 많지 않은 현지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샤르자 국왕 가족도 관절 척추 질환이 생기면 센터를 찾는다. 센터 의료진은 ‘VIP 전담 매니저’의 콜을 받는 게 일상이 됐다.

이들의 경영 모델도 안착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힘찬병원은 샤르자대학병원 센터를 맡아 운영하는 방식으로 시설 투자 등의 위험 부담을 줄였다.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여서 샤르자대학병원도 센터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원장은 “한국 의료 세계화에 힘을 보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브랜드를 믿고 센터를 찾는 환자가 늘었다”고 했다.

샤르자=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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